싱가포르에서는 무슨 말을 쓸까: 영어가 통하는 정도와 싱글리시가 들리는 이유
집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이 48.3%인데 85세 이상에서는 11.8%입니다. 그래서 말이 통하는 정도가 앞에 선 사람의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네 단어짜리 첫 문장
싱가포르에 도착한 첫날 저녁, 호커센터의 줄 앞에 섭니다. 무엇을 시킬지 아직 고르는 중인데 카운터 너머에서 문장이 먼저 날아옵니다. “You want what?” 네 단어입니다. 대답을 하면 곧바로 “Eat here or take away?”가 이어지고, 그 사이 뒤에 선 사람이 몸을 기울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순서와 다릅니다. 의문사가 뒤로 가고, 주어가 사라지고, 속도가 빠릅니다. 여기서 한 박자 멈추게 됩니다. 상대가 영어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영어가 틀린 것도 아닌데 무언가 맞물리지 않습니다.
말이 두 겹이어서 그렇습니다. 간판과 관공서 서류, 교실과 호텔 프런트에서 쓰는 표준 영어가 한 겹이고, 사람들이 서로에게 쓰는 구어체가 또 한 겹입니다. 싱가포르 사람 대부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두 겹을 오갑니다.
두 번째 겹을 현지에서는 싱글리시라고 부릅니다. 국립도서관위원회가 정리한 자료는 이것을 “Singapore Colloquial English”라고 적고, 1970년대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영어 단어를 쓰면서 말레이어와 타밀어, 힌디어, 호키엔, 광둥어, 조주어에서 어순과 억양을 끌어다 씁니다.
그러니 노점 앞에서 들은 네 단어는 잘못 말한 영어가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빠른 영어입니다. 카운터 뒤에 선 사람은 아마 영어로 학교를 다녔고, 집에서는 다른 말을 쓰며 자랐을 것입니다.
이 사정을 알고 나면 첫날처럼 멈칫할 일이 없습니다. 사흘째에는 빠진 단어의 자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엿새째에는 같은 방식으로 되묻게 됩니다. 커피를 주문하는 은어는 호커센터 안내에 따로 모아 두었으니, 여기서는 그 문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한 단어로 끝나는 대화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를 하나만 고르라면 “can”입니다. 되는지 묻고 싶으면 “Can or not?”이라고 하고, 된다는 대답은 “Can”입니다. 안 되면 “Cannot”입니다. 주어도 조동사도 자리를 비우고 동사 하나가 문장 전체를 끌고 갑니다.
이 말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2000년 4월 29일, 당시 총리였던 고촉통이 연설에서 이 표현을 예로 들었습니다. 짐바브웨에서 골프를 치던 날 캐디가 “Would you permit me to test your putter?”라고 물었고, 총리는 싱가포르에서라면 그 말이 “Can try your putter or not?”이 됐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같은 연설에 문장이 하나 더 나옵니다. “Got old balls give me can or not?” 쓰던 공을 몇 개 얻을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총리가 연단에서 예로 들 만큼 일상에 깊이 박혀 있었습니다.
여행자에게는 이 말투가 오히려 편합니다. 물건을 가리키고 “Can?”이라고 물으면 대부분 통합니다. 가격을 깎아 달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으니 오해도 적습니다.
“Got”도 비슷하게 자주 들립니다. 있느냐고 물을 때 “Got vegetarian?”처럼 씁니다. 반대로 “Where got”이 들리면 그런 것은 없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여기까지만 알아도 노점 앞 대화의 절반은 따라갑니다. 나머지 절반은 문장 끝에 붙는 짧은 소리가 채웁니다.
문장 끝에 붙는 lah, leh, lor
“Okay lah.” “Like that leh.” “Cannot lor.” 처음에는 습관처럼 붙는 소리로 들립니다. 그런데 국립도서관위원회의 자료는 이것을 싱글리시의 문장 끝 표지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붙는 자리가 정해져 있고, 말하는 사람의 태도가 여기에 실립니다.
대체로 lah는 말을 눌러 마무리합니다. 재촉하거나 안심시키거나,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알릴 때 붙습니다. leh는 조금 더 부드럽게 반문하거나 아쉬움을 담고, lor은 어쩔 수 없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거절도 소리 하나로 온도가 달라집니다. “Cannot lah”는 단호하고, “Cannot lor”은 상대도 아쉬워하는 쪽입니다. 후자라면 잠깐 기다려 보세요. 다른 방법을 같이 찾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알아듣기만 해도 다음에 무엇을 할지가 정해집니다. 다른 노점으로 옮길지 삼십 초만 기다릴지를 그 한 음절이 알려 줍니다.
같은 말을 두 번 하면 뜻이 달라집니다
싱글리시를 며칠 듣다 보면 같은 단어가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것이 귀에 걸립니다. 그리고 그 반복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국립도서관위원회의 자료가 품사별로 나눠 설명해 둔 규칙입니다.
명사를 반복하면 가까운 사람을 가리킵니다. “Where is your boy boy?”는 아들이나 남자친구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말입니다. 형용사를 반복하면 정도가 세집니다. “Don’t always eat sweet sweet things”라고 하면 아주 단 것을 자주 먹지 말라고 말립니다.
동사를 세 번 반복하면 그 동작이 이어집니다. “I walk walk walk then I fall down”은 걷다가 넘어졌다는 말이고, “Bus always stop stop stop”은 버스가 계속 선다고 투덜거리는 말입니다.
그런데 두 번만 반복하면 오히려 약해집니다. “cry cry”는 조금 우는 정도입니다. 규칙이 없어 보이던 말 안에 나름의 규칙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생략이 겹칩니다. 같은 자료는 시제와 복수, 관사, be동사가 자주 빠진다고 적으면서 “You walk so slow”, “She shop here yesterday”, “Teck very rich”를 예로 듭니다. 어제 일을 말하면서 동사를 바꾸지 않고, 부자라는 말에 be동사를 넣지 않습니다.
빠진 자리를 들여다보면 정작 필요한 정보는 남아 있습니다. 시점은 yesterday가 알려 주고 정도는 so가 알려 줍니다. 그래서 현지 사람들끼리는 이 속도로도 서로 알아듣습니다.
상대의 나이를 보면 어느 말이 빠른지 보입니다
2020년 인구조사에는 집에서 가장 자주 쓰는 말을 연령대별로 나눈 표가 있습니다. 5세 이상 거주자 359만 6,284명을 전부 센 자료입니다. 이 표를 여행자의 하루에 겹쳐 놓으면 어떤 자리에서 영어가 즉시 통하고 어떤 자리에서 손짓이 더 빠른지 보입니다.
집에서 영어를 가장 자주 쓰는 사람은 전체로는 48.3%입니다. 그런데 5~9세에서는 75.5%, 15~19세에서는 68.7%, 25~29세에서는 56.4%입니다. 45~49세로 내려가면 46.9%가 되고, 65~69세는 29.5%, 85세 이상은 11.8%까지 떨어집니다.
그러니 카페 직원, 쇼핑몰 안내, 지하철역 창구, 호텔 프런트에서는 문장으로 말해도 됩니다. 그쪽에 서 있는 사람은 대개 마흔 살이 되지 않았고, 영어가 먼저 나옵니다.
1980년대부터 같은 자리에서 국수를 팔아 온 사람은 다른 칸에 있습니다. 영어가 통하기는 하지만 두 번째나 세 번째 언어입니다. 메뉴를 가리키고 손가락으로 개수를 표시하는 쪽이 문장을 만드는 것보다 빠르고, 뒤에 선 사람도 그 편이 낫습니다.
영어를 첫 번째나 두 번째로 쓰는 사람까지 합치면 74.2%가 됩니다. 집에서 영어만 쓰는 사람은 6.4%뿐입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대부분이 두 가지 이상의 말을 쓰고, 그중 하나를 내게 맞춰 골라 씁니다.
숙소를 어느 지역에 잡느냐에 따라 어느 쪽을 더 자주 만나는지도 달라집니다. 지역마다 어떤 가게가 많은지는 숙소 지역 안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중국어를 하신다면 절반이 넘습니다
같은 인구조사에서 집에서 만다린을 가장 자주 쓰는 사람은 29.9%입니다. 여기에 영어를 먼저 쓰면서 만다린을 함께 쓰는 27.1%를 더하면 57.0%가 됩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집에서 만다린을 씁니다.
그래서 중국어를 쓰실 수 있으면 통하는 자리가 늘어납니다. 차이나타운의 오래된 가게, 호커센터의 나이 든 노점, 한약재상처럼 영어가 두 번째 언어인 자리에서 대화의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차이나타운 안내에 적어 둔 사원과 시장 골목이 그런 자리입니다.
다만 젊은 직원에게는 영어가 더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5~9세의 47.1%가 집에서 영어와 만다린을 함께 쓰고 있으니, 그 세대가 일할 나이가 되면 영어 쪽이 먼저 나옵니다. 중국어로 물었는데 영어로 답이 돌아와도 무시당한 것이 아닙니다. 영어가 더 빠르다고 본 것뿐입니다.
발음도 대만이나 중국 본토와 조금 다릅니다. 호키엔과 광둥어, 조주어를 쓰던 세대가 만다린으로 옮겨 온 흔적이 성조와 끊는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글자는 간체입니다. 교육부가 1969년에 498자, 1974년에 2,287자를 정리했고 1976년에 중국 본토의 체계로 맞췄습니다. 간판과 안내문, 정부 홈페이지의 중국어 페이지가 전부 간체로 나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풍경입니다. 그런데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가게에서 다른 말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쓰던 말은 손주에게 남지 않았습니다
인구조사 표에서 눈에 가장 걸리는 줄은 중국어 방언 칸입니다. 85세 이상에서는 60.5%가 집에서 방언을 씁니다. 그중 호키엔만 26.8%입니다. 그리고 같은 표의 5~9세 칸에는 0.3%가 적혀 있습니다.
세 세대 만에 숫자가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여든이 넘은 분들에게는 호키엔이나 조주어가 집에서 쓰던 말이었고, 그 손주들에게는 영어와 만다린이 집에서 쓰던 말입니다.
호커센터에 앉아 있으면 그 단층이 눈앞에서 보입니다. 노점 주인이 옆 노점에는 방언으로, 예순이 넘은 손님에게는 만다린으로, 내게는 영어로 말을 겁니다. 그 사이가 이십 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65~69세는 그 중간에 있습니다. 만다린이 37.4%, 영어가 29.5%, 방언이 20.0%입니다. 지금 시장과 오래된 노점을 지키는 분들이 이 칸에 들어 있습니다.
한 집 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조부모가 방언으로 묻고 손주가 영어로 답하면 가운데 세대가 만다린으로 옮겨 줍니다. 식당에서 삼대가 함께 앉은 자리를 지나갈 때 말이 중간에 바뀌는 것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방언은 왜 이렇게 빠르게 사라졌을까요. 이야기는 1979년 9월 7일에서 시작합니다.
1979년 9월 7일, 방언을 접기로 합니다
1979년 9월 7일, 리콴유 총리가 말하기 운동을 출범시켰습니다. 영어를 겨냥한 운동은 아니었습니다. 화인 가정에서 쓰던 중국어 방언을 겨냥했습니다.
국립도서관위원회의 자료는 목적을 세 가지로 적습니다. 언어 환경을 단순하게 만들고, 출신 지역이 다른 화인들 사이의 소통을 낫게 하고, 이중언어 교육 정책을 뒷받침하려고 했습니다.
그 앞에 1966년에 채택한 이중언어 정책이 있었습니다. 영어를 제1언어로 삼고 모어를 함께 배우게 한 구조였는데, 1970년대까지도 방언이 집에서 강하게 남아 정책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영어와 모어를 배우는데 집에 돌아가면 또 다른 음운 체계를 쓰는 상황이었습니다.
운동은 1979년 8월에 꾸려진 위원회가 이끌었습니다. 중국어 언론, 문화·교육 단체, 상공 단체, 씨족 단체가 참여했고, 당시 문화부 정무차관이던 오친혹이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효과는 인구조사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방언은 2010년 14.3%에서 2020년 8.7%로 내려갔고, 젊은 세대에서는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빈자리에는 만다린과 영어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스무 해가 지난 2000년 봄, 이번에는 그 영어가 도마에 오릅니다.
2000년 4월 29일 아침, 총리가 골프 이야기를 꺼냅니다
2000년 4월 29일 오전 10시 30분, 도버 드라이브에 있는 기술교육원 본부 강당. 고촉통 총리가 말하기 좋은 영어 운동을 출범시켰습니다. 그날 연설의 전문이 국가기록원에 남아 있습니다.
논지는 경제였습니다. 싱글리시가 중국어 문법을 쓰고 중국어 표현을 그대로 옮기기 때문에 바깥 사람에게는 알아듣기 어렵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예로 든 문장이 “You got money, sure can buy one”과 “This is my one”이고, 뒤의 문장은 중국어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결과라고 연설문에 적혀 있습니다.
그 대목에서 골프 이야기가 나옵니다. 짐바브웨에서 경기를 하다가 캐디의 정중한 영어에 감탄한 총리는 치던 공을 전부 주고 새 공까지 더 줬습니다. 그 캐디는 중등학교를 마치지 못했지만 백인 골퍼들 곁에서 영어를 익혔다고 연설문에 적혀 있습니다.
연설에는 교육부 보고도 인용돼 있습니다. 그중 한 줄이 이렇습니다. “아이들의 60%가 집에서 영어를 거의 듣지 못한 채 학교에 들어온다.” 2000년의 싱가포르가 그런 상태였습니다.
총리는 표현 하나를 지목하며 이제 그만 쓰자고 했습니다. “You see me no up.” 나를 무시한다는 뜻으로 쓰이던 말입니다.
그리고 그 연설에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드라마 주인공이 영어 수업에 가게 된 사연
1990년대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 있던 드라마 가운데 하나가 「Phua Chu Kang」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건설업자였고, 그의 말버릇은 드라마보다 빠르게 퍼졌습니다.
국립도서관위원회의 자료에 그 유행어 두 개가 적혀 있습니다. “Use your blain”과 “Don’t pray pray”. brain을 blain으로, play를 pray로 발음하는 버릇이 그대로 굳은 말입니다.
1999년 국경일 연설에서 고촉통 총리가 이 인물을 직접 불렀습니다. 싱글리시가 젊은 층에 퍼지는 데 방송이 한몫한다고 보면서, 주인공이 성인 대상 기초 영어 과정에 다니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방송사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TCS는 프로그램에서 싱글리시를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드라마 안에서 주인공이 영어 수업을 듣는 설정이 실제로 들어갔습니다.
같은 해, 리콴유 선임장관도 탄종파가 지역 국경일 행사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록에 남은 문장은 이렇습니다. “Singlish is a handicap we must not wish on Singaporeans.”
정부가 드라마 대사까지 문제 삼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운동의 공식 문서를 지금 열어 보면 어조가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한 걸음 물러선 자리
말하기 좋은 영어 운동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식 소개 문서에 이런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The Speak Good English Movement recognises the existence of Singlish as a cultural marker for many Singaporeans.”
싱글리시가 많은 싱가포르 사람에게 문화의 표지로 남아 있다고 공식 문서가 인정했습니다. 2000년 연설의 어조와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역할도 다시 적어 두었습니다. 싱글리시만 쓰는 사람과 싱글리시를 표준 영어로 여기는 사람이 표준 영어를 쓸 수 있게 돕고, 표준 영어와 브로큰 잉글리시, 싱글리시가 어떻게 다른지 알게 한다고 했습니다.
국립도서관위원회의 자료도 같은 변화를 기록합니다. 정부가 싱글리시를 문화적 표지로 인정하게 됐고, 운동의 역할도 그에 맞춰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 쓰도록 돕는 쪽으로 옮겨 갔다고 적었습니다.
운영위원회의 구성도 그 변화를 보여 줍니다. 의장은 제이슨 리오우, 부의장은 싱가포르사회과학대의 루드비히 탄 부교수이고, 국립도서관위원회와 방송, 출판, 병원, 문학 축제 쪽 사람들이 함께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노점에서 들리는 짧은 영어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이 아닙니다. 앞에 선 사람은 상황을 보고 어느 겹을 쓸지 고르고 있을 뿐이고, 필요하면 교과서 같은 영어도 꺼낼 수 있습니다.
20년 사이에 숫자가 뒤집혔습니다
2000년 인구조사에서 집에서 영어를 가장 자주 쓰는 사람은 23%였습니다. 2010년에 32.3%가 됐고, 2020년에는 48.3%가 됐습니다.
같은 기간 만다린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10년 35.6%에서 2020년 29.9%로 내려갔습니다. 2010년까지는 만다린이 영어보다 많았는데, 2020년에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말레이어는 12.2%에서 9.2%로, 타밀어는 3.3%에서 2.5%로, 중국어 방언은 14.3%에서 8.7%로 움직였습니다.
2000년 연설의 그 한 줄과 2020년의 표를 나란히 놓아 보세요. 아이들의 60%가 집에서 영어를 거의 듣지 못한 채 입학하던 나라에서, 스무 해 뒤 5~9세의 75.5%가 집에서 영어를 씁니다. 정책이 교실에서 시작해 식탁까지 바꿔 놓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싱가포르에서는 나이마다 언어 이력이 다릅니다. 여든다섯을 넘긴 사람은 방언으로 자랐고, 쉰 살은 영어와 만다린으로 학교를 다녔고, 열 살은 집에서도 영어를 씁니다. 그 세 사람이 점심때 같은 호커센터에 앉아 있습니다.
역 이름 하나에 네 가지 이름이 겹쳐 있습니다
리틀인디아를 가로지르는 큰길이 세랑군 로드지도입니다. 국립도서관위원회의 자료는 이 이름의 유래를 말레이어에서 찾습니다. 황새 종류의 새를 부르던 “Ranggong”에서 왔다는 설명과, “di-serang dengan gong”에서 왔다는 설명이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숲에서 동물을 쫓으려고 징을 울리던 일을 가리킵니다.
같은 자료에 다른 이름들도 적혀 있습니다. 중국어로는 hou gang lu, 항구 뒤쪽의 길을 가리킵니다. 호키엔으로는 au-kang, 광둥어로는 hau-kong이고 둘 다 뒤쪽 개천을 가리킵니다.
길 하나를 두고 네 가지 이름이 함께 쓰였습니다. 지하철 안내판에는 그중 말레이어에서 온 영어 표기만 인쇄돼 있습니다.
도비곳지도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세탁부를 뜻하는 힌디어 dhoby와 물가의 계단을 뜻하는 ghaut에서 온 이름입니다. 인도 출신 세탁부들이 개천에서 빨래를 하던 자리였고, 타밀어로는 세탁부들의 거리라고 불렸습니다.
이걸 알고 나면 역 이름이 달리 읽힙니다. 리틀인디아와 캄퐁글람을 걸으실 때 간판을 올려다보시면 같은 네 언어가 가게마다 다른 순서로 쌓여 있습니다.

국가는 말레이어로만 부릅니다
싱가포르 헌법 153A조는 공용어를 네 개로 정합니다. 말레이어, 만다린, 타밀어, 영어입니다. 그리고 같은 조항의 두 번째 항이 국어를 따로 정하는데, 국어는 말레이어이고 로마자로 적는다고 돼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 「Majulah Singapura」는 말레이어 가사로 부릅니다. 1958년에 주비르 사이드가 작곡했고, 나머지 세 공용어로 된 공인 번역이 있지만 제창은 말레이어로 합니다. 국가상징법은 2023년 8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같은 조항에는 단서도 붙어 있습니다. 누구도 다른 언어를 쓰거나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을 금지당하지 않습니다. 공용어를 정하면서 나머지 언어를 막지는 않겠다고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말레이어의 흔적은 걷다 보면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부킷티마, 탄종파가, 파시르리스 같은 지명이 그렇고, 메뉴판의 nasi와 mee, teh가 그렇습니다. 싱가포르는 1965년까지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었고, 그 전에는 말레이 세계의 항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공공 안내문에는 네 언어가 한 판에 나란히 인쇄돼 있습니다. 헌법 조항이 눈에 보이는 자리입니다.

학교에서는 지금도 두 언어를 배웁니다
싱가포르 교육부의 안내를 보면 모어는 여전히 필수 과목입니다. 수업은 영어로 하고, 모어를 제2언어로 배웁니다. 공식 모어는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세 가지입니다.
배정은 민족을 따릅니다. 두 민족으로 등록된 학생은 앞쪽 요소로 배정되고 신청하면 뒤쪽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유라시안이나 그 밖의 민족은 신청해서 셋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타밀어를 쓰지 않는 인도계 학생은 벵골어, 구자라트어, 힌디어, 펀자브어, 우르두어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수업은 별도 기관이 운영하고 학교 밖 시간에 열립니다.
제도는 지금도 더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14일 모어 심포지엄에서 찬춘싱 교육부 장관이 모어 교육을 넓히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2026년부터 초등 졸업시험에서 모어 성적이 좋으면 중학교에서 상급 모어를 택할 수 있게 되고, 2025년부터 초등 1·2학년 모어 수업에 주당 30분의 독서 시간이 들어가며, 2029년까지 전 학년으로 넓힙니다.
이 제도가 여행자와 무슨 상관일까요. 지금 식당과 매장에서 마주치는 20대와 30대가 전부 이 과정을 지나온 사람들입니다. 영어로 학교를 다녔고 모어를 한 과목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중국어로 묻다가 영어로 바꿔도 대화가 끊기지 않습니다.
급할 때 거는 번호
여행이 늘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넘어지거나, 지갑이 사라지거나, 밤중에 몸이 아플 수 있습니다. 그때 통하는 말도 영어입니다.
싱가포르 정부 안내에 따르면 경찰은 999, 구급과 소방은 995입니다. 두 번호만 기억하시면 급한 상황은 넘어갑니다.
말을 못 할 상황이면 경찰에 문자를 보낼 수 있습니다. 번호는 70999입니다. 급하지 않은 이송이 필요하면 1777로 거는 비응급 구급차가 따로 있습니다. 급하지 않은 경찰 문의는 1800 255 0000, 교통 관련 안내는 6547 0000입니다. 수상한 전화나 메시지를 받았을 때 확인하는 상담 번호는 1799입니다.
전화가 연결되면 위치부터 말하는 편이 빠릅니다. 주소를 다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과 몇 번 출구인지, 또는 건물 이름을 말하면 위치가 정해집니다. 길 이름은 비슷한 것이 여러 곳에 있어 오히려 헷갈립니다.
그러려면 지도 앱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쓸 수 있는 유심과 이심은 싱가포르 이심·유심 안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병원과 약국, 그리고 관공서에서
병원과 약국에서는 영어가 기본입니다. 처방전과 약 봉투의 설명도 영어로 적혀 있습니다. 접수대에서는 여권을 먼저 보여 주면 되고, 이름 표기가 여권과 같으면 그대로 진행됩니다.
증상을 말할 때는 아픈 곳을 가리키고 언제부터인지 말하는 순서가 통합니다. 의학 용어를 찾느라 시간을 쓰는 것보다 그 편이 빠릅니다. 진료가 끝나면 창구에서 한 번에 계산합니다.
공공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인구조사의 비율이 그대로 들립니다. 직원이 환자에 따라 영어와 만다린, 말레이어, 타밀어를 오갑니다.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 약과 처방이 필요한 약의 경계가 한국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요한 약 이름을 미리 적어 가시면 대화가 짧아집니다.
입국 심사와 세관도 전부 영어로 진행됩니다. 전자도착카드 작성과 반입 규정은 입국 안내에, 환전과 환급 절차는 환전과 결제 안내에 적어 두었습니다.
한국 사람이 헷갈리기 쉬운 말
며칠 지내다 보면 뜻이 조금씩 옮겨 간 단어들이 귀에 걸립니다. 미리 알아 두면 멈칫하는 순간이 줄어듭니다.
“take away”는 포장입니다. 자리를 잡지 않고 가져가겠다고 할 때 씁니다. 호키엔에서 온 “dabao”도 같은 뜻으로 들립니다.
“shiok”은 아주 좋다는 뜻으로 음식에 자주 붙습니다. “agak agak”은 말레이어에서 온 표현으로 어림잡는다는 말이고, “kaypoh”는 호키엔에서 온 말로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뒤의 두 단어는 국립도서관위원회의 자료가 예로 들었습니다.
“uncle”과 “auntie”는 나이 드신 분을 부르는 호칭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립니다. 친족 관계와는 상관없이 씁니다.
“Aiyo”가 들리면 무언가 잘못됐다는 소리입니다. 메뉴가 떨어졌거나 잔돈이 모자랄 때 나오는 소리이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메뉴판에는 말레이어와 호키엔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nasi는 밥, mee는 국수, teh는 차입니다. 이 세 단어만 찾아도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짐작이 됩니다. 요리 자체는 치킨라이스 안내와 호커센터 안내에 적어 두었습니다.

다음에 그 소리가 들리면
여행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가 “Can lah”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대화가 끝났습니다. 되고, 더 물을 것이 없다는 신호입니다.
“Cannot lor”이 들리면 상대도 아쉬워하고 있으니 다른 방법을 물어보셔도 됩니다.
노점 주인이 예순을 넘긴 것 같으면 단어를 짧게, 스무 살 남짓한 직원이면 문장으로. 중국어를 하신다면 나이 든 쪽에서 더 빨리 통합니다. 이 세 가지면 말로 막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 짧은 문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이제 아실 겁니다. 1979년에 방언을 접었고, 2000년에 영어를 바로잡으려 했고, 지금은 두 겹을 함께 쓰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첫날 들었던 네 단어 뒤에 그 60년이 쌓여 있습니다.
싱가포르 여행을 준비하는 나머지 항목은 여행 준비 가이드에 모아 두었습니다. 규칙과 벌금이 궁금하시면 벌금과 주의사항 안내가 따로 있습니다.